음반, 화나의 'Fanatic'
화나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인 Fanatic을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2009년 발매라, 새삼 시간이 그렇게 됐나 싶습니다.
이때만 해도 아이팟에 앨범 하나하나 태그 정리해 가며 넣어서 듣던 시절이었는데요.
아이튠즈에서 시디를 리핑하면 웬만해서는 태그는 자동으로 들어가는데 커버아트만은 다른 곳에서 찾아서 넣어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커버아트를 고해상도로 제공하는 유명 사이트도 꽤 있었던 것 같네요.
아무튼 커버아트까지 다 넣고 커버플로우를 감상하면 그렇게 흡족할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은 커버플로우는 고사하고 앨범을 사서 시디롬에 넣고 아이튠즈를 켜서 리핑을 하는 일 자체가 없어졌습니다.
앨범, 시디롬, 아이튠즈, 모두 안 쓴 지 시간이 꽤 흐른 것 같네요. 아이팟은 아이폰이 되었고, 컴퓨터에 유선으로 연결한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아무튼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이게 진짜 라임이구나. 당시 대부분의 라임은 현재의 정상수의 라임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라임이라니, 충격을 안 받을 수가 없었죠.
당시에도 독보적이었지만 지금 다시 들어도 촌스럽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
기관총으로 때려 박는 라임과 함께, 어딘가 어두운 가사들과 기괴한 분위기의 곡들은 이 앨범을 좋아할 이유로 충분했습니다.
당시에는 밝은 분위기의 'Code Name: Soul'이나 'The Recipe Of Lyrical Chemistry'같은 트랙을 좋아했습니다만은, '투명인간'이나 '누에고치'같은 음침한 그때 그 감성의 곡들이 없었다면 이 앨범에 이렇게까지 몰입할 수는 없었겠죠.
지금 들어도 정말 완성도 높은 음반이라고 생각되는데, 이게 추억보정인 건지 진짜 좋은 건지는 알 수가 없네요.
옛날에 엄청 들었어도 지금 들으면 별로인 곡들도 많다는 걸 떠올려보면 단순히 추억보정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겠지만, 또 이걸 그때처럼 매일매일 들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이러나저러나 무척 인상 깊었던 음반임에는 분명합니다.
소비 평가: 3.5/5
그 시절의 MVP.